오늘은 조금 색다른 내용을 준비해봤습니다. 제가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 이후 도내 4개 일간지의 보도내용을 쭉 훑어봤는데요.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재미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면 어느 일간지가 영리병원 조건부 허용에 가장 웃음을 짓고 있는지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원 지사가 5일 조건부 허가를 발표했으니 이게 6일자 신문에 실리겠죠? 6일과 7일 신문이 나오고, 주말과 휴일은 건너 뛰거든요. 그리고 10일과 11일, 그리고 오늘 12일자까지 닷새 동안의 보도내용을 따라가봤습니다.
먼저 6일자 신문 보겠습니다. 대체적으로 제목이 비슷합니다. 영리병원을 조건부로 허가했다는 건데요.
먼저 <제주일보> ‘국내 1호 영리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라를 제목을 뽑았고요. 부제목으로 ‘반대단체 등 강력 반발로 논란과 갈등 고조’라고 달았습니다.
3면에는 분석기사를 실었는데요. 왜 조건부 허가를 내줄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비영리병원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토지반환 소송에 따른 우려가 작용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조건부 허용 발표에 따른 반대단체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원희룡이 공론조사의 결과를 저버렸다.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될 것”이런 식으로 말이죠.
다음으로 <한라일보>는요 1면 머릿기사 제목으로 ‘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허가’에 부제목으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허용…내국인 진료 금지, 원 지사 공론 조사위 결정 수용 못한 점 사과”라고 일단은 이렇게 드라이하게 제목을 뽑았습니다.
2면에는 왜 허가를 내줬는가에 대한 분석기사와 함께 하단 기사로 그동안 13년 찬반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경과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종지부를 찍었다’…솔직히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가치 중립적인 표현인은 아닌것 같습니다만. 뭐 좋습니다. 계속해서 4면 사회면에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소식을 담았고요. 15면에 가십이 실렸는데요. 보건복지국장이 기자회견 발표하기로 했다가 다시 원 지사가 하기로 했다는, 그래서 눈총을 받았다는 간단한 내용이 담겼네요.
<제주신보> 보겠습니다. 1면 톱기사 제목이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 결정’인데요
부제목이 ‘원희룡 지사 어제 회견서 제주방문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 대상으로 해야 밝혀’라고 했네요. 신보의 경우 다른 일간지들과는 달리 2,3,4면은 그냥 쭉 건너 뛰고 10면에 아예 따로 기획면을 만들었습니다.
한면을 통으로 털었습니다.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무게’라며 그동안 추진 경과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웃긴점은 숙의형 공론조사위 불허 권고안의 부담감을 해소하고 도민통합을 서둘러야 한다고 기자가 아예 결론을 내고 있네요.
마지막으로 <제민일보>입니다. 1면 머릿기사로 ‘외국인 대상 국내 첫 영리병원 내년 개원’이라는 소식 전하고 있는데요. 3면에는 지난 1년 2개월간의 개원 승인 과정과 함께 영리병원 개원이 고부가가치 고객 유치와 미래성장동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15면 기자칼럼에는 숙의형 공론조사라는 카드가 결국 원희룡 지사에게 자충수가 되어 돌아왔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원희룡 도지사가 조건부 개설을 허가했다는 사실 전달에 초점을 맞춘 6일자 신문과는 달리 7일자 신문은 4개 일간지 모두가 조건부 개원에 따른 ‘후폭풍’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제주일보>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3개 신문이 1면 톱기사로 영리병원이 아닌 다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에 따른 후폭풍보다 <한라일보>와 <제주신보>는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도의회 제출’을 더욱 주목했습니다. <제민일보>는 ‘종자전쟁 농가 피해 현실화’라는 취재기사를 실었습니다. 과수원을 하는 기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감귤에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제주일보>는 1면 톱으로 ‘영리병원 허가 후폭풍 거세다’는 제목으로 확산하는 반발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내국인 진료 금지에 대해 현실적인 의문과 공론조사 번복을 비판하는 내용을 실었습니다. 1면 하단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영리병원 추진 더 이상 없다”고 말이죠. 2면에는 박스 기사로 조건부 개설 허가 후폭풍의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다루고 있고요, 15면 사설에는 ‘녹지영리병원 뒤집어진 공론, 납득하기 어렵다’며 원희룡 지사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제민일보>는 2면 가십으로 박능후 장관의 발언을 소개했고요, 3면 톱으로 도의회와 의사협회,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15면에 사설도 실렸는데요. ‘영리병원 허가 부작용 해소책도 마련해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라일보> 역시 7일자 신문에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에 대한 기사를 비중있게 실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일간지와의 스탠스가 확 차이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2면 하단에 도의회가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에 반발하고 있다는 작은 기사를 실은 반면, 바로 옆 3면 톱은 ‘제주 의료관광산업 메카 조성 탄력’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4면 사이드에 의사협회장의 항의 방문 소식을 담고는 있습니다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역시 15면의 사설인데요. ‘영리병원 허가, 원 지사의 결단 존중해야’라고 사실상 못을 박는 모습입니다. <한라일보>가 앞으로 원 지사의 다른 결단에 대해서는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 지켜볼 일입니다.
7일자 <제주신보>는 분량으로만 따지면 4개 일간지 가운데 가장 적은 영리병원 관련 후속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2면 사이드로 개설 허가에 따른 후폭풍을 소개하고 3면에 가십으로 원 지사가 도의회 영리병원 질의에 불출석했다는 정도의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15면 사설로는 ‘영리병원 허가, 사후 감독 철저해야’를 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7일자 신문은 <제주일보>를 제외하고는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에 따른 논란을 이제 끝내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주말과 휴일을 건너 뛰고 나온 10일자 신문부터는 사실상 4개 일간지가 중계식 보도로 체제를 전환했습니다. 10일자 신문은 내국인 진료금지에 따른 녹지국제병원측의 반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1면에 기사를 배치한 <제민일보>는 박스형태로 ‘내국인 진료 제한 법적공방 불가피’를 실었고요. 15면 사설로 ‘법정 소송 비화 우려되는 외국인 영리병원’이라며 녹지의 반발을 적반하장으로 규정하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음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제주신보>는 2면 톱으로 ‘녹지병원 진료 내국인 불가 소송전으로 가나’를 배치했습니다. <제주일보>는 4면 톱으로 녹지병원의 반발과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에 따른 반발이 이어지고 있음을 소개했습니다. <한라일보>는 3면 톱으로 법적공방 내용 소개하고 있고요, 14면 기자 칼럼에 ‘영리병원=국민건강보험체계 붕괴는 기우가 되길’ 이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이후부터는 마을회의 기자회견 그리고 반대단체의 기자회견을 기계적(?) 중립을 지키며 보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로 제주사회가 양분됐다는 논조가 눈에 띄었는데요. 참고로 이날부터 제주도가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와 관련한 1면 하단 광고를 냈습니다.
12일자 신문은 대부분의 일간지가 한두꼭지로 관련 보도수를 줄였습니다. <한라일보>는 2면 하단에 ‘제주 첫 숙의형 공론조사 백서발간 불투명’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고요. 5면에는 헬스케어타운 비대위의 찬성 기자회견과 15일 예정된 의료영리화저지 도민본부의 촛불집회를 소개했습니다.
<제민일보>는 2면 중간 부분에 헬스케어타운 비대위 기자회견과 백서발간 보이콧 소식을 전했고요, <제주신보>는 2면에 녹지병원 공론조사위가 사실상 해산했다는 소식 전하고 있습니다.
뒤집어진 공론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하는 모양새를 보인 <제주일보>는 3면 구속에 헬스케어타운 비대위 기자회견 달랑 하나의 기사만 올려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