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워케이션 생활인구 10만 명?…선거 앞둔 성과 포장 의구심

제주도가 5일 워케이션 누적 생활인구 10만 명 돌파를 성과로 내세웠다. 도는 이를 근거로 워케이션이 지역경제에 가시적인 파급효과를 내고 있으며, 기업 유치로까지 확장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제주도가 제시한 핵심 수치들은 정책 성과를 검증하기에는 정의도 모호하고 산출 근거가 지나치게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생활인구 10만 명’이라는 표현부터 명확하지 않다. 이 수치가 고유 참여자를 의미하는지, 반복 참여를 포함한 연인원 기준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워케이션 특성상 동일 인물이 여러 차례 참여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중복 집계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집계 방식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통계적 정의가 빠진 채 숫자만 강조되면서 실제 정책 도달 범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 효과 산출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1인당 평균 소비액 64만 원은 1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제시됐는데, 누적 참여 인원이 10만 명을 넘는 상황에서 이 표본이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표본 구성과 조사 시점, 참여 유형에 대한 설명 없이 이 평균값을 전체 참여자에게 적용해 누적 소비액 640억 원을 추산한 방식은 통계적 타당성보다 홍보 효과에 무게를 둔 계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가 5일 배포한 보도자료. 데이터 산출 근거에 대한 설명이 누락되어 있다.

생산유발효과 862억 원, 취업유발효과 927명이라는 수치 역시 검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어떤 산업연관표를 사용했는지, 워케이션 소비를 기존 관광 소비와 어떻게 구분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특히 취업유발효과의 경우 상시 고용인지, 단기·간접 고용까지 포함한 수치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결국 이 같은 총량 중심의 성과 제시는 올해 지방선거를 앞둔 도정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굵직한 정책 과제들의 완결 시점이 선거 이후로 밀려 있는 상황에서, 도정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성과처럼 보이는 숫자를 제시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워케이션은 외부 유입 인구를 대상으로 하고 효과를 소비·파급·유발 같은 추상적 지표로 설명할 수 있어, 선거 국면에서 성과 프레임을 만들기 쉬운 영역으로 분류될 수 있다.

제주도의 이번 발표는 틀린 숫자라기보다 검증이 어려운 숫자에 가깝다. 정의와 산식이 빠진 총량 지표는 정책의 실질 효과를 설명하기보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성과가 있는 도정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하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