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토크 콘서트] ➁ “지사님 성과 궁금”…갑자기 도정 홍보장으로 변질?

관객 : "지사님께서 국회의원 시절에도 4·3 관련 좋은 정책과 해결법을 많이 만들었다고 알고 있어요. 근데 지사님이 행정으로 돌아오셨잖아요. 행정에서 도민들에게 의미 있는 본인의 성과, 도정의 성과를..." 

오영훈 도지사 : "그거 얘기하면 안 돼."

관객 : "안 됩니까? 오늘은 도민으로서 궁금한데"

오영훈 도지사 : "어쨌든 질문의 취지는 이해했으니까..."

현장에서 터져 나온 이 짧은 대화는 지난 17일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린 ‘제주 4·3 바로 알기 토크 콘서트’의 이중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4·3이라는 당초 본질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현 도정의 치적을 부각시키는 대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콘서트의 ‘졸속·부실 기획’ 논란에 이어, 이번 행사가 사전에 치밀하게 설계된 ‘홍보의 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관련기사 : [4·3 토크 콘서트] ➀ 부실한 내용의 급조된 행사 의심…왜 개최했을까?)

17일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린 제주 4·3 바로알기 토크 콘서트 행사장의 모습. 약 200여명이 콘서트를 관람했다 <출처 : 유튜브 오영훈TV>

■ 구독자 70만 유튜브 타고 전국으로 송출된 ‘도정 홍보’

이날 행사는 4·3의 전국화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었으나, 실질적인 내용은 세 패널의 신변 잡기(1부)와 오영훈 지사로부터 듣는 4·3 이야기(2부)가 주를 이뤘다. 패널들의 역사 공부와 콘텐츠도 빈약한 수준이어서, 결과적으로 오영훈 지사가 부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4·3의 비극과 가치를 논하는 시간임에도 제주도가 추진한 평화인권 헌장 마련과 관광 및 경제 정책 등 다양한 성과가 가감 없이 홍보됐다.

문제는 이 내용이 현장의 청중 200여 명에게만 전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패널들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 영상은 제주를 넘어 전국으로 송출됐다. 유료 콘서트라는 폐쇄적 형식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대중을 향한 무차별적인 업적 홍보가 이뤄진 셈이다. 선거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능동적 홍보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 선거 180일 전,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 금지

문제는 이번 콘서트가 현행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제86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특히 선거일 전 180일부터는 일부 예외 조항 외에 지자체의 사업 계획, 추진 실적 등 지자체장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현직 프리미엄을 이용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오 지사가 관객의 질문을 가로막으며 내뱉은 “얘기하면 안 돼” 발언은, 역설적으로 지사 본인이 현재의 법적 제한 사항을 완벽히 인지하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지사는 ‘안 된다’는 전제를 깔고도 곧바로 본인의 성과를 상세히 늘어놓은 것은 물론 출연자들이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방치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

■ 관객석 ‘바람잡이’? 질문자 정체는 민주당 현직 당직자

행사의 작위성은 질문자의 정체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지사에게 성과를 묻는 유도 질문을 던진 인물은 일반 도민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의 현직 여성국장 A씨로 확인됐다. 오 지사를 오랜 시간 지지해 온 것으로 알려진 A씨는 당초 비례대표 도의원 출마 예상자로 거론될 만큼 정치적 비중이 큰 인물로,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오영훈 도정 출범 이후에는 제주개발공사 비상임이사와, 장애인체육회 이사, 제주도 공익사업선정위원회 및 인구정책조정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다방면으로 등용(?)된 인사다.

현직 당직자가 홍보의 멍석을 깔아주고, 지사가 답변을 회피하는 시늉을 한 뒤 곧바로 치적을 쏟아내는 일련의 과정은 의도된 연출이 아니라고 해도 목적하는 바가 명확하다.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례대표 출마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직자 신분으로 행사에 참여해 지사의 업적 홍보 물꼬를 튼 행위 자체가 선거법상 금지된 조직적 선거 개입 소지가 있어 보인다.

왼쪽 하단의 관객석에서 오영훈 도지사에게 질의하는 모습. 질의자는 현직 민주당 당직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 유튜브 오영훈TV>

■ 티켓값 2만 원…혹시 변칙적 알리바이?

이번 콘서트 행사가 민간 기획사를 내세워 2만 원의 입장료를 책정한 대목 역시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지자체가 주최하는 행사는 선거법의 직접적인 규제를 받지만, 민간이 주최하는 유료 행사는 상대적으로 법적 제약이 자유롭다는 점을 악용한 ‘변칙적’ 시도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콘서트는 그러나 형식은 민간이었을지언정 내용은 철저히 도정 중심이었다. 도청 제작 영상이 상영되고, 오 지사의 지지자와 주무 부서 공무원들이 비공식 경로로 현장에 동원됐다. 한 패널은 콘서트를 마무리하며 “오늘은 제주도에서 하는 행사가 아니고 시민단체에서 하는 행사라는 점 말씀드린다”는 뜬금 없는 발언까지 남겼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 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토크 콘서트의 내용이 현직 단체장의 업적 홍보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토크 콘서트의 최초 홍보 포스터
토크 콘서트 변경 후 홍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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