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시민단체와 학교폭력 피해 학생 가족 등이 제주도교육청의 학교폭력 대응과 투신 시도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하는엄마들과 A초등학교 학교폭력 피해 학생 학부모 등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교육청은 셀프 감사를 중단하고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하라”며 교육부의 독립적인 특별감사와 책임자 징계를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가을 제주 서귀포시 A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지속적인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 3층 창문에서 투신을 시도했지만, 사건 발생 266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교육행정 서류상 공식 사건으로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은 “발생 266일, 9개월이 지난 투신 시도 사건이 학교안전 업무 매뉴얼대로 처리되지 않았고, 언론 보도 이후에도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사건으로 남아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 학생과 투신을 막은 학생, 목격 학생 등에게 긴급한 정서 지원이 필요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교육청의 사과와 책임자 징계를 촉구했다.
법률대리인 서성민 변호사는 학교와 교육지원청, 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자살 시도 사실을 인지하고도 학교안전 업무 매뉴얼에 따른 서면 보고와 학생자살(시도) 사안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감이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요구와 피해 학생에 대한 사후지원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기자회견에서 딸이 어린 시절부터 한국에서 생활하며 학교에 적응해왔지만, 학교에서 지속적인 놀림과 따돌림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딸이 학교 3층 창문까지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한 뒤 사건의 원인을 밝혀달라고 학교와 교육당국에 요청했지만, 정작 자살 시도 사건 자체가 공식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 주면 아이가 다시 학교에 가야 한다”며 “아이가 평범하고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투신을 막은 학생의 가족도 피해 학생을 구한 뒤 해당 학생 역시 집단 따돌림과 조롱 등 2차 가해를 겪고 있다며 보호 대책을 요구했다. 피해 학생은 당시 “세상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며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만영 신부는 “투신을 막아낸 학생에게 돌아온 것은 칭찬이 아닌 가해 학생들의 집단 따돌림과 조롱, 2차 가해였다”며 사건 전모에 대한 특별조사와 책임자 처벌, 피해 학생과 신고 학생 보호를 촉구했다. 특히 학교폭력 처분이 끝난 뒤에도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인권교육과 정서·법률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숙영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제주도교육청이 발표한 대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피해 학생의 안전과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보다 교직원 지원과 교육공동체 회복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교육행정의 편의가 아니라 피해 학생의 안전과 회복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청이 직접 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교육부가 직접 독립적인 감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조례가 자살을 시도한 고위험 위기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심리상담 등 전문적인 관리 프로그램 운영을 도교육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제주도교육감을 비롯한 전·현직 교육청 관계자와 학교 관리자 등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제주경찰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형사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 학생과 가족에 대한 제주도교육청의 공식 사과 ▲교육부의 전면적인 특별감사 ▲은폐에 가담한 책임자 징계 및 형사책임 규명 ▲피해 학생과 투신을 막은 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정서 지원과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