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육성] ➃ 1호 성과 주소지는 공유오피스…사람도 책상도 없다

<상장기업 20개 유치 및 육성>은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의 핵심 공약이다. 제주도정은 지난달 19일 "민선 8기의 첫 성과"라며 한 이전 기업의 상장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편중된 제주의 경제 구조를 고려하면, 투자와 고용을 이끌어 지역 경제 생태계를 확장할 기업 유치와 육성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도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기업의 역량, 시장성, 지속 가능성, 의지 등을 면밀하게 검증하는 과정 또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에 <제주팟닷컴>은 이번 기업 유치와 상장 지원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6회에 걸쳐 보도한다.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의 핵심 공약인 ‘상장기업 20개 유치 및 육성’의 첫 성과로 홍보된 (주)아이엘커누스에 대해, 이번에는 본사의 실체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 회사를 “제주로 본격 이전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성장 기업”이라고 소개했지만, 이전된 본사는 비상주형 공유오피스로 확인됐으며, 상주 인력도 존재하지 않아 사실상 ‘주소 이전’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까지 드러나면서, 기업 이전과 상장 지원 과정 전반을 둘러싼 부실 검증 논란이 더 깊어지고 있다. 

■ ‘제주 본사’라던 그곳…비상주 공유오피스 뿐

본지가 확인한 (주)아이엘커누스의 제주 본사(제주시 신대로 145)는 한 업체가 운영하는 비상주형 공유오피스였다. 현장을 직접 찾아 확인한 결과, 건물 2층에는 공유오피스 공간, 3층에 영어학원이 있을 뿐, 아이엘커누스의 간판·명패·입주 안내 표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출입문에도 사무실 운영시간 안내나 직원 출입 기록, 경영 활동 흔적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엘커누스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으나 며칠 째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다. 

제주도청도 이 내용을 알고 있었다. 본지 취재에 대해 고봉준 제주도 산업정책팀장은 “본사 주소지가 비상주 공유오피스인 것은 알고 있다”며 “MOU에 따라 2026년부터 3년 안에 이전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점에서 주소지 외에 회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물리적 단서는 사실상 전무하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이 회사를 기업 이전 및 유치 성과로 홍보했는지, 이전 기준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 실체도 없고 검증도 안 됐는데…상장만 보고 달린 ‘블라인드’ 행정

제주도는 아이엘커누누스를 “피지컬 AI 기술기업”, “혁신성 높은 성장기업”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하지만 재무상황의 취약성과 기술력 실체를 묻는 본지 질의에 대해 제주도 팀장은 오히려 “핵심 기술이 있으니까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것 아니냐”며 책임을 심사위원회와 상장 절차에 돌렸다. 

문제는 코넥스 상장 심사가 기술력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제도가 아니며, 제주테크노파크의 상장기업 육성 지원사업 역시 재무·기술·사업성 검증을 필수 평가 항목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는측은 “정성적으로 평가했다”는 모호한 표현만 반복할 뿐, 평가표·매뉴얼·점수 등의 공개 요청에는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 

결국 제주도는 본사의 실체나 상주 인력 존재, 기술력 및 성과, 제주 이전의 진정성, 투자 실현 가능성 등 기본적 요소조차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상장’이라는 결과만 보고 기업 유치와 지원을 밀어붙인 셈이다. 

제주팟닷컴은 지난 달 26일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에 아이엘커누스 상장 지원 기업 선정과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 점차 낮아진 문턱…사업 지원 기준도 변해

상장기업 육성 지원사업의 공고 내용도 변했다. 올해 초 모집 공고와 지난 8월 나온 추가모집 공고를 비교한 결과, 중요한 조건 하나가 사라진 것이 확인됐다. 기존 공고문은 필수 요건으로 ‘상장희망기업 수요조사 신청 기업’ 이라는 조항이 있었지만, 추가모집 공고에서는 이 요건이 삭제됐다. 그만큼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자체가 많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담당 부서에서도 “상장을 추진하려는 기업이 드물어 공고에 응할 기업을 찾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도정이 실적을 위해 외부 기업에 유치 제안을 하고, 소개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급하게 상장 지원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엘커누스는 그 첫 번째 사례였을 뿐이라는 의미다. 

■ 본사 실체·기술 검증·선정 과정…모든 단계가 비어 있었다

취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분명하다. 아이엘커누스의 제주 이전은 아직 실체를 갖추지 못했고, 기술력 검증이 이뤄졌는지도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상장됐으니 검증된 기업”이라는 이상한 논리에 기대 평가 기준과 심사 내용 공개를 미루고 있다. 실적 중심의 도지사 공약 이행 정책이 검증 절차를 압도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 문제가 아니라, 도정의 상장기업 유치 정책 전체가 구조적으로 왜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기초적 사실조차 확인되지 않은 기업이 ‘상장기업 1호’로 포장될 수 있었다는 점은, 앞으로 다른 기업들도 같은 기준과 방식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11월 18일 아이엘커누스의 코넥스 상장 행사에 참석한 오영훈 제주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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