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논란 눈치만 보는 제주 국회의원들…비겁하거나 무능하거나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외국인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에 따른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제주 사회는 물론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깁니다. 단순한 반발이 아니라 숙의 민주주의 과정을 거쳐 도출된 영리병원 ‘불허’ 권고를 도정 최고 책임자가 손바닥 뒤집듯 번복한 사안으로, 일부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원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얘기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제주도의회가 민주당을 중심으로 집단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모으고 있는데요. 원 지사의 조건부 허가 발표 다음날인 6일 민주당 도의원들이 긴급간담회를 갖고 29명의 명의로 성명을 냈습니다. 조건부 허가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밝힌 원 지사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건데요. 성명은 이렇습니다.

“국내 첫 영리병원의 개설 허가는 제주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개설 불허라는 권고안을 뒤집는 것이다. 원 지사는 오로지 대권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만을 위해 도민들의 뜻과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그에게는 향후 정치적 행보에 유불리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원 지사가 왜 영리병원을 허가해줬느냐 하는 배경과 여러 해석은 앞선 기사 영리병원 허용 이유나도 궁금했다 원희룡은 ?’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결과적으로 그겁니다. 이번 선택은 제주의 앞날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 앞날을 위한 선택 아니냐는 건데요. “원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도민들에게 져야할 것이다. 120만 도민은 오늘의 원 지사의 정치적 선택을 기억하고 그에 마땅한 책임을 지울 것”이라고 앞으로의 강경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삐딱한 제 눈에 뭔가 어색한 그림이 포착됐습니다.

진심이든 아니든 긴급성명까지 내며 한 목소리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도의원들과는 달리 왜 제주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번 원 지사의 조건부 허용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모습일까요? 오히려 나흘째인 8일까지도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방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상한 추측까지 낳고 있습니다.

제주시갑 강창일, 제주시을 오영훈, 서귀포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세 명의 국회의원은 사실 이미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영리병원 반대를 약속한 바 있는 인물들입니다. 의료영리화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가 당시 후보자들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 확인한 사항인데요.

당시 운동본부는 이들 세 명의 당선 직후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습니다.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도민들에게 약속한 영리병원 반대-공공의료강화 약속을 반드시 지켜라. 새누리당 후보들이 영리병원에 찬성했던 반면 더민주 강창일·오영훈·위성곤 당선자는 녹지국제병원을 비롯한 모든 영리병원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제주특별법상 영리병원 허용조항 삭제 및 공공의료 강화를 도민들에게 약속했다”고 말이죠.

이어 “결과적으로 20대 총선에서 영리병원에 동조한 후보들은 전원낙선하고, 영리병원반대 후보들은 전원 당선되면서 영리병원반대 도민 민심은 재확인됐다. 당선인들은 도민과의 약속을 지켜서 ‘영리병원 저지-공공의료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국회의원이 돼 달라”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그나마 입장표명이라는 것을 눈을 씻고 찾아보자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 전부더라고요. 6일자 뉴스1 인터뷰에 내용이 실렸던데요. <영리병원 허가에 제주 국회의원들도 뿔났다…“납득 못해”>라는 기사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원회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 수용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위 의원은 특히 “공론화조사위원회를 통해 도민 60% 가까이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걸 뒤집은 건 어떤 이유에서든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정치적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위 의원은 또 “외국인만 진료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사실 2015년 사업계획 승인 당시 그쪽(녹지그룹)에서 제안한 내용 아니냐. 그걸 조건이라고 얘기하는 건 맞지 않다”며 “도민들을 기만한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만 진료를 해야한다는 법률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의료법상 전부 다 진료를 해야한다는 부분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영훈 국회의원 역시 내국인 진료 가능성에 따른 우려가 있기 때문에 도당 차원에서 특별법 개정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하나마나 한 말로 퉁쳤고요, 강창일 의원은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녹지그룹이 처음부터 외국인만 받아선 운영할 수 없다고 했는데, 나중에 슬금슬금 내국인에게도 풀겠다는 뒷거래가 있던 건 아닌가”라고 ‘강건너 불구경(?)’ 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특히 서귀포시 지역구이자 동홍동에서 10년 이상 도의원으로 지낸 위성곤 국회의원의 스탠스 변화가 눈에 띄게 감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6년 4월 27일 나온 뉴스1 당선자 인터뷰에서 위 의원은 영리병원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한 바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당시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자는 현재 조건후 허가를 내준 원희룡 지사의 수행비서인 고경호 비서관입니다.)

“저는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한다. 그 이유는 뭐든 간에 병원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국인까지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으로 정부가 추진했던 의료선진화 테스트베드가 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한 것이다. 그러면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무너진다. 그래서 반대한다. 지금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분명히 재고가 필요하다. 중국 녹지그룹이 영리병원을 하고 싶어 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 정부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의료를 비영리 영역에서 영리의 영역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반대한다.”고 말이죠.

세 명의 국회의원 딴에는 그렇게 항변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그래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반대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느냐?”고 말이죠.

그런데 이들 세 명, 이미 중요한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공동 성명 등으로 보조를 맞춘 바가 있습니다. 원희룡 지사의 대통령 4.3 수형인 사과요청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을 했고요. 이 외에 국정교과서 논란이나 구상권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세 명의 명의로 직접 입장을 발표하는 것과 언론에 인터뷰를 당하고(?) 그걸 입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완전히 결이 다른 문제죠.

이들 이슈에 비하면 영리병원은 찬반이 팽팽한데다 다소 지엽적인 문제 아니냐고요? 에이 참 왜 이러세요?

비겁하거나 무능하거나…요즘 제주 지역 세 명의 국회의원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단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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